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가계대출에서 60대 이상 고령층 차주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계부채 구조에서 경제가 역성장 등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경우 대출 연체 비중이 약 두 배로 증가해 충격감내능력이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계대출에서 60대 이상 비중은 잔액 기준 2021년 말 18.5%에서 2024년 3분기 말 20.0%로 늘었다.
한은은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 차주들이 부채 축소를 하지 못한 데다 은퇴 후 자영업 진출 및 생활비 부족 등에 따른 대출수요도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택구매를 늘린 30대 이하의 대출 비중은 2024년 3분기 말 26.6%까지 늘어나 50대(24.9%)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계부채 구조 변화 영향을 건전성 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해 거시경제 충격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가계의 대출 상환 리스크를 추정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경제성장률 1.8%·실업률 2.7%·주택가격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으로 설정했다. 악화·심각 시나리오는 각각 △성장률 1.1%·-0.5% △실업률 3.0%·3.6% △주택가격 -1.7%·-5.4%로 가정했다. 분석 결과 악화·심각 시나리오에서 2026년 기준 연체 가구 비중은 4.1%·5.1%까지 상승해 지난해 연체 가구 비율인 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가계부채로 인해 단기적으로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저소득자를 중심으로 부채의존도가 심화하고 고령자의 부채 축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시계에서 소득 및 자산가격 충격 등에 취약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