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된 노상원 ‘계엄 주동자’로 수사 [尹 내란혐의 수사]

비상계엄 ‘기획·설계’하고 건의한 의혹
‘수사2단’ 실체·자필수첩 내용 등 수사
檢, 김용현·‘계엄 3인방’ 우선 기소할 듯

‘12·3 비상계엄 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실행자’에서 ‘주동자’로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자신과 친분이 깊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을 건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계엄 사태의 ‘배후 주동자’로 꼽힌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구속 상태인 노 전 사령관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았다. 검찰은 최장 20일간의 구속기간 동안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이 사태의 최종 배후와 비상계엄 사태의 기획·준비 과정의 전모를 확인할 계획이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후로 김 전 장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비상계엄의 기획과 설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비상계엄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노 전 사령관을 특정하게 된 계기 역시 김 전 장관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김 전 장관 관저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으로부터 김 전 장관이 이날 자신에게 계엄에 대해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들은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이뤄진 두 차례 회동과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려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내 ‘수사2단’의 실체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성욱·김봉규 대령과 해당 가게에서 1차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일인 3일 해당 가게에서 이뤄진 2차 회동에 참여한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 김용군 전 육군 대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9월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수사2단 구성원을 포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8일 구 여단장과 방 기획관을 한 차례 조사한 바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20일과 21일 문 사령관과 김용군 전 대령의 신병을 확보해 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봉규·정성욱·고동희 대령 3명을 문 전 사령관의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구 여단장, 방 기획관,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을 입건 후 소환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의 자필 수첩 내용이 어떻게 전파돼 실현됐는지도 관건이다. 이 수첩에선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의 메모와 함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동조합,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지칭한 문구가 발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저녁 정보사 판교 사무실에서 문 사령관, 방 기획관, 구 여단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 수첩 내용이 ‘회의자료’로 구체화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왼쪽부터),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뉴시스

검찰은 구속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김 전 장관과 ‘계엄 3인방’으로 불리는 여 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을 실행한 주요 지휘관 3명을 우선적으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가장 먼저 긴급 체포된 김 전 장관의 구속 기한은 28일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