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트럼프의 땅 욕심

영국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이 1776년 독립 후 영토를 크게 확장한 수단은 두 가지다. 먼저 돈을 주고 땅을 매입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1803년 당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구슬려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1867년에는 제정 러시아에 720만 달러의 ‘거액’을 건네고 알래스카를 구매했다. 두 번째는 무력이다. 미국은 이웃 나라 멕시코와 1846∼1848년 전쟁을 벌인 끝에 텍사스 등 남부의 드넓은 영역을 차지했다. 멕시코로선 너무 강한 나라와 인접한 것이 불행을 초래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개발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뉴욕 등 미국 각지에 건물과 호텔, 카지노를 소유하며 부를 일궜다. 집권 1기에 그는 덴마크 땅인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섬’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했다. 이 일로 트럼프의 덴마크 방문이 취소되는 등 미국·덴마크 간에 심각한 외교 분쟁이 벌어졌다. 덴마크 입장에선 4년 만의 트럼프 재등판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요즘 캐나다는 정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캐나다 상품에 25%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고 미국으로 달려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한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면 어떻겠는가”라는 모욕적인 질문을 들었다. 캐나다 정부는 “농담으로 받아들인다”고 했으나 유독 땅에 욕심이 많은 트럼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듯하다.

트럼프는 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나마 운하 한가운데에 미국 성조기가 꽂혀 있는 사진을 올리며 “미합중국 운하”(U.S. Canal)라고 불렀다. 미국은 1914년 파나마 운하를 완공하고 80년 넘게 직접 운영하다가 토리호스-카터 조약에 따라 1999년에야 파나마에 소유권을 넘겼다. 트럼프는 운하를 이용하는 미국 선박들이 너무 비싼 통행료를 내고 있다며 파나마 측에 “갈취를 끝내지 않으면 운하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즉각 “우리 주권은 타협할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트럼프가 향후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긴 어렵다. 전 세계에 드리운 ‘트럼프 리스크’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