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 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 관계발전 의지 확인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이 24일 전화 통화를 통해 한중 관계 증진 방안과 한반도 상황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부터 30분간 통화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국 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뉴시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조 장관이 “한국은 현재 양자 관계의 양호한 추세를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고위급·영역별 교류를 긴밀히 해 양국 인적 교류를 더 편리하게 하는 조처를 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중국과 한국은 우호적 이웃 국가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최근 수년 사이 중한 관계에는 개선과 발전 추세가 나타났고, 이는 양국 인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 때의 초심을 지키면서 선린우호의 방향을 견지하고, 호혜·윈윈 원칙에 따라 양국의 영역별 대화 협력 메커니즘을 잘 이용해 층위별 교류와 민간 교류를 강화할 의향이 있다”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또 “무역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중한 무역 규모는 여전히 지속 확대되고, 양국의 이익이 더 융합돼 양국 경제·무역 협력에 견실한 기초와드넓은 공간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한국 기업이 계속 중국 시장을 깊이 다지며 투자를 늘리는 것을 환영하고, 한국과 함께 협조를 강화해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지킬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날 조 장관은 내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이 APEC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고, 왕 주임은 내년 한국의 APEC 개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이와 관련, 양측이 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관련한 입장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양국은 이달 3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12일 서울에서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리페이 상무부 부부장이 함께 ‘제28차 경제공동위원회’ 회의를 여는 등 정부 차원의 소통을 계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을 거론하면서 호전 흐름이던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양국 외교 수장이 직접 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활발한 소통이 계속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