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 해소 美대사의 조언은?…김동연, 美·英대사 잇달아 만나 광폭 행보 [오상도의 경기유랑]

24일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 크룩수 주한 영대사와 간담회
계엄·탄핵 사태 둘러싼 국내외 정세 논의…트럼프 2기 대비
‘서한외교’ 이어 ‘한미동맹’ 강조…민주주의 美·英 역할 강조
국내 정치 안정성 확인…첨단산업·기후변화 등 교류 강화키로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보스니아 내전), 1999년 코소보 분쟁(유고슬라비아-알바니아 갈등) 해결에 참여한 것이 외교관으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잇따라 주한 미국·영국 대사를 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계엄·탄핵 사태를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서구 열강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조하며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오른쪽)가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앞서 김 지사는 2500여명의 해외 주요 인사에게 서한을 보내 급격히 떨어진 한국의 신인도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전날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를 만나 한국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와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2022년 11월 도지사 취임 이후 이번까지 다섯 차례 만난 골드버그 대사는 국제 분쟁 해소에 깊숙이 참여해온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다. 마약 카르텔이 득세하던 콜롬비아와 인종차별정책으로 분열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태 해결에도 앞장섰다. 그는 한국의 계엄 사태를 겪으며 느낀 다양한 소회를 김 지사에게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경기도 제공

서울 미 대사관 인근 한정식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첨단산업 교류 등 경제협력을 비롯해 한미동맹이 최근 사태에 영향받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고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베테랑 외교관과 국제정세를 논의하고 혁신동맹 지속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던 자리”라며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취임 첫해 도청을 방문한 골드버그 대사와 양국 간 혁신경제 협력을 논의하며 처음 조우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수원 KT WIZ 야구장 프로야구 개막전 관람, 9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방문 등을 통해 우정과 신뢰를 쌓았다. 올해 3월에도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도를 방문했을 때 골드버그 대사가 동석했다. 그를 매개로 2건의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9명의 주지사와 면담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가 국내 정세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전날 오후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와도 만나 국내 정세와 함께 도와 영국 간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서울 영국 대사관저에서 가진 면담에선 김 지사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영국의 국내 의회 민주주의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크룩스 대사도 한국에서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첨단산업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로부터 대사관 내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 도청에서 크룩스 대사와 만났고 같은 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당시 영국대사관 조문 등으로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연쇄 회동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도정은 도에서만 챙길 수 없고 정치·경제·외교의 영향을 받는다”며 “김 지사가 계엄 당시 도청폐쇄에 불응한 뒤 비상계엄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탄핵을 요구하고 1인시위까지 불사한 이유도 국내 정치환경의 ‘불확실성 제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