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 민생 더 얼어붙어 성남시, 2025년 5000억 추가 편성 수원시도 2025년 예산 2024년比 2배↑ 전남·강원도 할인율 확대 등 나서 정부에 내년 국비 지원 재개 촉구 “도태 직전 지역 경제에 온기 기대”
“연말인데 주변 식당 대부분이 텅 비어있어 더는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부도) 국비 지원을 재개해야 합니다.”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은 5000억원대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 발행을 결정한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얼어붙은 지역경제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가게 문을 닫았다는 골목 사장님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신 시장은 야당 수정안에서도 되돌리지 못한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0원’을 적어도 예년 수준으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역화폐 발행예산은 2022년 7053억원, 지난해 3525억원, 올해는 3000억원이 편성된 바 있다. 이 돈은 지역화폐 발행 시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인센티브(할인율)의 재원이 된다.
계엄·탄핵 사태로 깊은 침체에 빠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화폐 발행 확대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역화폐 긴급 발행은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소상공인 매출 상승에 기여해 도태 직전인 연말·연초 골목상권에 온기를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성남시는 내년 상반기에만 5000억원 특별 발행을 결정했다. 기존 명절 10%, 상시 6%였던 할인율은 내년 1분기까지 10%로 통일되고 1인당 구매 한도 역시 월 50만원으로 확대된다. 이처럼 할인율 10%로 5000억원을 발행할 경우, 할인보전금 500억원과 수수료 60억원 등 시 예산 560억원이 소요된다. 성남시는 8170억원이 적립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성남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기존 2500억원을 더해 역대 최대인 7500억원 규모로 불어난다. 신 시장 취임 이후 반 토막 났던 발행 규모가 급증한 건 골목상권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뜻이다.
앞서 경기 화성시도 지난 21일 내년 5000억원 가까운 지역화폐 발행을 결정하고, 발행예산 456억원을 편성했다. 연중 10% 할인율을 유지하고 월 구매 한도를 70만원으로 상향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올해에도 70만명의 시민이 지역화폐를 이용했다”며 “가계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상생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 18일 지역화폐 발행예산을 올해 200억원에서 내년 411억원으로 2배 늘리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설·추석 명절에 할인율을 20%까지 올리면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매출 효과가 52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역시 올해 초부터 정부가 삭감한 지역화폐 국비지원액을 도비로 대신하면서 도비 사업 규모를 30% 가까이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 도비 사업 규모는 3조2000억원까지 불었다.
지역화폐 발행 확대는 경제 한파로 전국에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예비비 105억원을 투입해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할인율을 10%로 늘리는 등 지원예산을 기존 70억원에서 175억원으로 늘렸다. 광주광역시 역시 내년 1월 할인율을 기존 7%에서 10%로 상향한다.
강원도는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60억원 늘린 580억원으로 최근 확정하고 200억원을 1분기에 집중적으로 발행할 방침이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예산 소진으로 중단했던 청주페이 인센티브 지급을 이달 8일 재개했다. 폭설 피해를 본 충북 음성군 역시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700억원으로 정하고 결제액의 10%를 상시 인센티브로 제공하기로 했다. 충남 아산시는 아산페이를 국비 지원 없이 내년에 2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