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20%, 고령화 속도 가장 빨라 복지 지출·노인 빈곤 등 난제 수두룩 전문가들 “구체적 대책 안 보여” 우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 20%를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2017년 고령사회에 도달한 뒤 7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됐다. 복지·연금에 의존하는 인구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나면 국가 재정이 버티기 어렵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활력이 떨어져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일본은 10년, 독일은 36년, 프랑스는 39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우리나라가 내년쯤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 예상보다 빨리 도달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954만명도 곧 노인이 되기 때문에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니 걱정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4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줄곧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9월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단일안엔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용한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에서 논의가 멈춘 상태다. 의료개혁은 의료계의 거센 저항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정년 연장, 계속 고용, 노인연령 기준 상향 등의 과제가 논의되고 있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됐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출범도 안갯속이다.
아무리 계엄·탄핵 사태로 혼란스러운 시국이라도 국가적 과제를 방치할 순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복지·의료 체계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국가재앙을 맞게 될 것”, “구체적인 대책이 안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할 때다. 인구부 신설 등을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건 이견이 없는 만큼 야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