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을 필두로 한 국내 산업은 올해 11월까지 약 6200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이뤄내며 사상 첫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예고와 중국발 저가 공세로 대외여건이 악화되며 내년 수출이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국정이 표류하면서 대(對) 미·중 외교·통상 대응 움직임도 사실상 멈춰 있어 산업계 위기감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25일 한국은행이 최근 전국 2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수출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대 수출 위협 요인으로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27.0점)을 꼽았다. 이어 수출 대상 주요국 경기부진(19.5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17.9점)가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의 수출을 위협하는 요인 1∼3위가 모두 중국과 미국의 산업과 기조에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민관이 힘을 합쳐 미국과 중국 외교통상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국내 산업 기술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은 수출과 관련한 업종별로 차별화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환율에 대해서는 “달러 환율은 글로벌 차원의 통상마찰과 환율 분쟁 가능성, 글로벌 금리의 전환기 영향 등으로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 환율 변동성에 긴요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트럼프가 캐나다 등 우방국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우방국들은 중국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중국은 빈틈을 이용할 수 있다”며 “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방안은 미국 이외 국가로의 교역 파트너 다변화가 필수고, 미국이 가입하지 않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 우리만의 경제 영토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협상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가동되면 국내 철강 산업에 대한 수입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현재 263만t 규모의 쿼터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자 우리나라 입장에선 최고의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이차전지(배터리) 기업 33.3%, 철강 기업 44%, 반도체 기업 22%가 각각 중국 기업 기술력이 국내 업계와 비슷하다고 답한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결국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비결은 ‘기술력’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은 중국과 가격 외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해야 하는데, 안정성을 확대하는 등 품질 위주의 기술 혁신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