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시간 끌기 전략’ 재현 가능성… “헌재 적극적 소송지휘 나설 것” 관측 [계엄 동원된 정보사]

26일 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27일 예정된 탄핵심판의 첫 준비기일을 연다. 준비 절차를 거쳐 정식 변론에 돌입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폈던 ‘시간 끌기’ 전략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헌재가 신속한 심리를 위한 적극적인 소송지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 측이 심판에 필요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고 대리인 선임계도 내지 않았지만 헌재는 준비기일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공판의 준비를 계속해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준비기일을 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 12일 광주 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윤 대통령이 준비 절차 이후의 정식 변론에서도 ‘지연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탄핵소추안에 담긴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강하게 다투려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고 한 데 이어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연일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사실관계도 부인했다. 탄핵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펴며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는 물론 수사기록이나 언론보도 등이 증거로 인정되는지를 다툴 수 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2·3 비상계엄 사태’의 관련자를 무더기로 증인 신청하거나 관련 수사기록을 요구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이런 이유로 90명에 달하는 증인을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관련 수사기록이 있더라도 진술한 사람을 다시 심판정에 불러 확인해야 증거능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도 폈다. 헌재는 이 중 36명의 증인만 채택했고 이 중 실제로 심판정에 나온 것은 25명이었다.

尹 ‘무대응’에도… 헌재는 “예정대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두 번째 재판관 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풍경. 헌재는 전날까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헌재 안팎에서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징계 절차인 탄핵심판을 엄격한 증거주의가 요구되는 형사재판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탄핵심판은 형사절차와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주심이던 강일원 재판관은 “이 재판은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찾아내 처벌하는 형사재판이 아니고, 대통령으로서 탄핵사유를 다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당시 탄핵심판에서는 소추 사유 중 하나였던 형법 위반 부분이 빠지고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여부 △생명권 보호의무 등으로 쟁점이 정리됐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실체적·절차적 위헌성”이라며 “헌재도 이 부분에 집중해 적극적으로 소송 지휘권을 행사하고 신속하게 심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