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대출 차주(돈 빌린 이)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이 올해 3분기 들어 처음으로 9500만원을 넘어섰다. 고환율과 내수 부진 등이 내년에도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계의 연체율 급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 9505만원
25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9505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관리하고 취약층의 가계빚 경감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2021년 1분기 말 9054만원으로 처음 9000만원을 넘은 뒤 3년6개월 만에 500만원가량 늘었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로 가파르게 올랐는데,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말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대출잔액이 9332만원을 기록한 뒤 5분기 연속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 수는 3분기 말 1974만명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말 1983만명에서 4분기 1979만명, 올해 1분기 1973만명, 2분기 1972만명 등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은행권 중심으로 연체↑
가계대출 연체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한 달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율은 올해 3분기 0.95%로, 2분기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0.36%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은행은 2.12%에서 2.18%로 0.06%포인트 높아졌다.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약관 대출금 제외) 등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3분기 2.33% 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은행권보다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권 대출 증가 현상이 확대되면 연체 가구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 전망
한은은 나아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경감 효과로 내년에도 단기 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추가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 경제가 역성장 등의 심각한 충격을 받으면, 자영업·일용직·고령 가구를 중심으로 연체 비중이 커지겠지만 금융기관에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2021년 말 56%→올해 3분기 말 61.9%), 고정금리(29.4%→45.3%), 분할 상환(31.8%→39.3%) 방식 비중이 늘었다. 약정 만기 30년 초과 주담대(25.1%→41.0%), 60대 이상(18.5%→20.0%) 비중도 커졌다. 한은은 “저소득층의 부채 의존도가 커지면 소비 제약 우려가 있다”며 “고령층 위주로 부채 축소가 지연돼 은퇴 등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