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청소할 시간에 공부·업무”… 가사대행 쓰는 2030

1인가구 급증 속 이용고객 늘어
배달 등 대행 익숙 청년층 40%
일각선 “독립성 부족” 목소리도

서울 관악구에서 23㎡(약 7평) 규모 원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월 1∼2회씩 청소업체에 집안 청소를 맡기고 있다. 청소업체가 오면 방과 부엌, 화장실 청소는 물론 쓰레기도 분리수거해 준다. 김씨는 “취업준비생 때부터 청소업체를 불렀는데,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며 “업체를 한 번 부르면 적어도 일주일은 집안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1인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이 가사노동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배달과 같은 대행서비스에 익숙한 이들 세대가 청소나 빨래 등의 가사노동 역시 외부 업체에 대행으로 맡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25일 국내 청소 플랫폼 ‘청소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소연구소를 이용하는 고객의 약 40%는 2030세대로 나타났다. 이 업체를 이용한 2030세대는 전년 대비 13%나 늘었다. 이들 세대가 주로 거주할 것으로 보이는 8평 이하 원룸 청소 서비스 이용자는 전년보다 46% 급증해 14만명을 넘어섰다. 생활연구소는 “1인가구 수요 증가에 맞춰 원룸 맞춤형 청소 서비스를 올해 4월 내놨는데, 신규 이용자가 월평균 15%씩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에서는 가사노동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성세대에선 별도 지출로 여겨지지 않았던 가사노동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시간을 아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2030세대 1인가구 비율 증가로 원룸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원룸 청소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은 시간 절약과 효율성을 중시해 청소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면서 깨끗한 공간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직장인은 “혼자 살다 보면 직장에 다녀도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누군가와 함께 쓰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집안일을 미루게 되고 방이 감당할 수 없이 더러워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 청소업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독립한 뒤에도 가사노동에서는 독립하지 못한 세대의 의존성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생 조카를 둔 김모(53)씨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조카들 집에 가면 정말 엉망진창”이라며 “식사도 배달음식으로 주로 때우니까 쓰레기들이 한편에 계속 쌓이고 싱크대 등은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이 청소는 맡기고 남는 시간에 공부나 업무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가 가사를 못한다기보다는 가사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를 쉽게 매칭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등에 의해 시장이 활발해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