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친가상자산 공약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를 통한 투자자 수가 15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100조원에 달했다. 비트코인의 산타랠리가 이어지면서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에도 가상자산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155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원화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가입자 수를 단순 합산한 수치다. 동일인이 다수 거래소에 동시 가입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말 기준 중복 가입자를 제외한 가상자산 투자자를 778만명으로 집계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거래소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투자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한은의 가상자산 통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 작성 이후 가상자산 투자자는 매달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7월 기준 1474만명에서 8월 1482만명, 9월 1488만명, 10월 1498만명으로 매달 10만명 안팎으로 증가하다가 지난달 들어 61만명이 급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1월1일 7만달러에서 12월1일 9만6500달러까지 37%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끈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격 급등 덕분에 국내 투자자의 가상자산 보유금액(월말 시가 평가 기준)은 7월 58조6000억원에서 11월 102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유금액을 투자자 수로 나눠 1인당 평균 보유금액을 추산하면 7월 384만원에서 11월 658만원으로 늘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원화 상태로 거래소에서 보관 중인 예치금은 같은 기간 4조9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코스피 시장을 웃돌았다. 지난달 국내 5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9조9214억원)와 코스닥(6조9703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4분기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700억원인데, 일각에선 4분기 대거 늘어나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빗썸은 3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누적 1017억원을 거뒀다.
임 의원은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건전한 시장거래를 확립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지난 17일 최고가인 10만8268달러를 기록한 뒤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오후 9시 9만4260달러를 기록하다가 이날 오전 3시 9만9404달러까지 5.5% 급등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 19일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까지 예고한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은 20일 9만2000달러선까지 하락했었다.
업계는 전날 밤부터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반등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된 데이터 분석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5억61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44만4262개를 보유한 가상자산계 큰손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웃도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을 통화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3% 수준을 보였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살 때 2.3%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든 결과로 분석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의 강력한 수요 증가와 제한된 공급구조가 맞물리면서 2025년에는 시장에 새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엔 16만∼17만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