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일단 보류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는 엄포를 놓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성탄절인 25일 공개 일정 없이 심사숙고를 이어갔다.
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등과 관련해 ‘헌법·법률·국가의 미래’라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예단 없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총리실은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현안”이라고 보고 있다. 여야가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타협안을 마련해줄 것을 역제안했지만 야당은 이를 책임 회피로 보고 탄핵안 추진 카드를 뽑아 든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절차는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넘어오면 대통령이 이르면 해당 날짜에 그대로 임명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절차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권한대행이 행사 여부를 고민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대법원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법관 임명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을 명분은 한층 약해졌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기 힘들다고 할지라도,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이나 쌍특검법 처리 등을 두고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탄핵 압박을 받아온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 다른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협상카드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당초 24일까지 특검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즉각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경고한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며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오랜 숙고 끝에 야당에 일종의 ‘선물’로 내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맞교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과 총리실은 이미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 내놓은 바 있다. 이 경우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새로운 시한으로 제시한 27일 오전까지 숙고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김상환 대법관 후임 자리에 제청된 마용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6일 실시한다. 대법원장은 11월26일 마 후보자를 임명제청했고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의결(14일) 전인 12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