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은 외과의사가 사용하는 수술 도구다. 의사는 환자의 복부를 절개해 이산화탄소를 불어넣어 구멍을 낸다. 이후 복강경을 이용해 진단과 수술을 하는 것이다.
복강경 수술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도 짧아 예후도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강경수술이 부적합한 환자가 무리해서 복강경수술을 받다가 개복수술로 전환하게 되면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 김종완 교수 연구팀은 ‘비전이성 대장암의 복강경수술에서 개복수술 전환에 따른 종양학적 결과 비교 및 위험요인 분석’ 연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병원에서 대장암 복강경수술을 받은 그룹과 개복수술로 전환한 그룹의 수술예후와 개복수술 전환의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이 기간 총 2231명이 대장암 복강경수술을 받았고, 이 중 4.5%인 100명의 환자는 개복수술로 전환해 수술을 받았다.
개복수술 전환 이유는 복강 내 유착이 36%로 가장 많았고, 종양의 인접 장기 또는 조직 침습 23%, 종양의 크기 13%, 환자의 해부학적 문제 12% 순이었다.
수술예후는 개복수술 전환그룹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강경수술 그룹과 개복수술 전환그룹의 전체 합병증 발생률은 7.6% 대 14%로, 전환그룹이 1.8배 가량 높았다. 3~4등급의 중증 합병증 발생률은 46.6% 대 71.4%로 전환그룹이 1.5배 높았고, 수술 후 5년 무재발 생존율은 75.7% 대 61.6%였다.
또 복강경수술 그룹과 개복수술 전환그룹은 평균 수술시간은 235분 대 255분, 수술 중 수혈률은 4% 대 12%, 종양의 크기는 4cm 대 5.4cm, 종양 침범 림프절의 수는 20.9 대 24였로 개복수술 전환그룹이 컸고, T병기 역시 개복수술 전환그룹이 높았다.
복강경수술 중 개복수술로 전환하게 되는 위험요인은 대장이 완전히 막히는 장폐색, 복부수술 병력, 종양이 장막층이나 주변 장기에 침범한 T4병기 등으로 분석됐다.
장폐색은 가스와 대변이 장을 팽창시켜 복강경수술을 어렵게 만들고, 복부수술 병력은 수술부위의 유착으로 인해 복강경수술 중 장 손상의 위험과 개복수술로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
김종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복강경수술 중 개복수술로 전환하게 되면 전체 합병증 및 중증 합병증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개복수술로 전환하면서 수술시간이 길어지고 수혈률이 높아져 신체 내 생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세포의 면역체계와 항암효과가 억제돼 종양학적 결과가 나빠지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집도의는 대장암 복강경수술 전 위험요인을 충분히 평가해 최적의 수술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며 "다만 대장암 복강경수술 중 개복수술로 전환되는 비율은 최대 23.5% 달하며, 복강경수술에서 개복수술로의 전환 자체가 수술 후 예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복수술로의 전환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방식을 전환해야 다른 위험요인들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에는 복강경 수술 시 부작용을 줄인 새 수술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보욱, 황종하 교수팀이 부인과 복강경 수술 시 이산화탄소를 넣지 않고 부작용을 줄인 복강경 수술법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산부인과 수술의 90% 이상은 복강경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 시 주입하는 가스로 환자들은 수술 후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복부장기 압박 ▲횡경막 자극을 통한 어깨통증 ▲대사성 산증 ▲수술 후 구토, 오심 등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가스를 주입하는 이유는 ‘수술 공간의 확보’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김보욱, 황종하 교수팀은 가스를 사용하는 대신 J자 형태의 견인기로 복부를 들어 올려 수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후 수술을 집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가스 사용을 하지 않는 복강경 수술은 부작용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수술기구의 수가 줄어 수술비용도 절약하는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