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피부를 위한 보물, 병풀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병풀 추출물’이나 ‘시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화장품 원료로 쓰일 만큼 피부에 좋은 병풀, 아프리카에서는 호랑이가 상처 나면 이 풀에 비벼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병풀은 무엇이며, 어떤 효능이 있는 걸까?

미나리과에 속하는 병풀(甁풀)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산과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지름이 2~5㎝ 정도에 원형 또는 강낭콩 모양이고, 7~8월에 홍자색 꽃이 핀다. 우리나라의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및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분포한다.



병풀의 학명은 센텔라 아시아티카(Cetella asiatica)이며, ‘조개풀’이나 ‘말굽풀’이라고도 불린다. 산업계에서는 학명 ‘센텔라아시아티카’를 병풀 추출물을 일컫는 말로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학명의 앞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조합한 시카(Cica)는 그리스어로 상처를 의미해 상품명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적설초(積雪草)라는 이름으로 피부병, 종기, 화상 등 해독과 상처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부터 동아시아 의학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쓰이는 병풀은 상처 치유와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풀 추출물인 마데카소사이드(madecassoside)는 피부를 진정시키고 자연 치유를 촉진하며, 아시아티코사이드(asiaticoside)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이 두 가지 대표 성분을 포함한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 성분은 대사나 피부 관련한 인체 유익한 여러 가지 효능이 밝혀지고 있어 병풀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남다른 효능으로 바르는 화장품뿐 아니라 먹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는 병풀. 미세먼지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피부 문제의 해결은 커다란 숙제이지만, 가까이 있는 우리 식물 병풀을 이용하여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손연경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