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보는 내내 두 가지 물음이 머리를 맴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줄곧 해왔다는 질문들이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폭력적인지,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인간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지 묻는다. 재미 위에 근원적인 주제의식을 녹이는 황동혁 감독의 능력은 시즌2에서도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비중을 줄여도 될 법한 장면들이 가끔 눈에 띄는 점은 아쉽다.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지만 그래도 ‘오징어 게임’의 본령은 게임 자체가 주는 조마조마함이다. 시즌2에서는 총 6개 게임 중 3개가 나온다. 나머지 게임은 내년에 공개되는 시즌3에 포함된 듯하다. 현재 시즌2·3은 대본을 한꺼번에 써서 촬영을 마친 상태다.
시즌2에서도 게임장에는 냉혹한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주요 인물은 살아남겠지’ 싶어도 게임 중 결정적 순간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노래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맞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함께 5인6각 경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딱지맨’과의 러시안룰렛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이야기꾼으로서 황 감독의 능수능란함이다. 그는 사건 전개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면서도 개연성을 유지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전체 서사의 뼈대는 성기훈(이정재)과 프론트맨(이병헌)의 대결이다. 성기훈은 3년을 매달린 끝에 게임에 재참여하는 데 성공한다. 초반 성기훈은 확신에 차 있다. 인간의 선함을 믿고, 모두를 살리기 위해 참가자들의 이성과 정의감에 호소한다. 이런 결의에 찬 모습은 중반에 무너지고 시즌1에서 봐온 순박하지만 지략은 부족한 ‘기훈이형’이 되살아난다.
프론트맨은 정체를 숨긴 채 기훈의 주위를 맴돈다. 인간의 폭력성, 인내심을 시험한다. ‘이래도 인간이 끝까지 선할 수 있을까’ 쿡쿡 찔러본다. 보일 듯 말 듯 본성을 드러내는 이병헌의 세련된 연기는 발군이다.
인간의 탐욕을 비웃는 장면은 수시로 나온다. 배를 채울 빵보다 허황된 복권을 택하는 노숙인들, 사망자 한 명당 1억원이 쌓이자 “(게임에서) 진짜 그것밖에 안 죽었어요”하고 실망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게임 중 다들 한마음으로 ‘모자·성소수자팀’을 응원할 때면 잠시나마 희망이 반짝인다. 타인의 생명보다 내 돈이 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연대하고 양보할 줄 아는 인간의 양면성과 모순은 ‘오징어 게임’을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시즌2에서는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OX’ 투표로 게임을 그만둘지 결정한다. 꼭 현실 정치의 축소판 같다. O와 X파로 양분되고 “동그라미 찍은 사람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고 탓하는 모습은 한국사회를 통렬하게 연상시킨다. 다만 참가자들의 기표 순간을 일일이 보여주는 건 동어반복 같아 극적 긴장을 떨어뜨린다. ‘딱지맨’을 찾는 숱한 날들도 긴 분량을 할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룹 빅뱅 출신 배우 최승현(탑)을 기용한 당위성은 설득되지 않는다. 최승현이 연기한 타노스는 신체적·정서적으로 위압감을 줘야하는 래퍼다. 이 역에는 최승현보다 더 강한 인상의 배우가 적합할 듯하다. 황 감독은 “최승현 배우가 이 역할을 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했지만, 그가 약물중독자를 연기하는 건 시청자를 조롱하는 느낌이다. 최승현은 2016년 네 차례 대마 흡연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주요 참가자가 살아남은 채 놀라움과 함께 막을 내렸다. 황 감독은 시청자에게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낙관과 비관 중 무엇을 줄까. 공은 시즌3으로 넘겨졌다. 시즌2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다음 시즌을 고대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