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여 축소 현실화 땐 中이 주도권 확대하는 결과 초래 韓 역내 경제·안보질서 수립 위해 아세안 지역기구로 성장 응원을
2025년은 아세안(ASEAN)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우선 2025년은 1967년에 설립된 아세안이 전 영역에 걸쳐 세워두었던 일종의 핵심성과지표(KPI)의 달성 정도를 평가하는 해이다. 단일 시장과 생산기지를 목표로 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는 ‘아세안 커뮤니티 비전 2025’, 물리적, 제도적, 인적 연계성을 강화하여 아세안의 통합을 촉진하는 ‘아세안 연결성 마스터 플랜 2025’ 등 아세안의 주요 비전이 대부분 2025년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 출발부터 아세안은 불안하다. 최대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이다. 트럼프 1기 동안 미국은 아세안을 외교의 변방으로 밀어냈으며, 아세안 중심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지 않고, 아세안 주재 대사직을 공석으로 두었다. 2019년 기준 6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베트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며, 태국과 인도네시아에는 GSP 혜택을 이용해 무역 압박을 강화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무역적자 해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기준 아세안의 최대 무역 흑자국은 미국으로, 흑자 규모는 약 2000억달러에 달한다. 아세안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15.9%)과 미국(14.9%)이지만, 수입 비중에서 미국(7.4%)은 중국(23.9%)에 비할 바가 아니다. 투자규모도 미국(750억달러)이 중국(176억달러)보다 4배 이상 크다.
그러나 아세안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투자를 받으며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배경은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를 넘어선다. 미국의 관여 축소가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 동아시아정상회의를 비롯한 아세안 주도의 협력체에 미국의 참여가 줄어들면, 이는 지역 협력에서 아세안의 중심성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중국이 주도권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역내 영향력을 점점 높이고 있다. 2024년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ISEAS)가 아세안의 오피니언 리더 19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50.5%)이 미·중 가운데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BRIC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BRICS 가입 절차를 추진 중이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지난 10월 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은 2023년 8월에 이어 지난 11월 13일에도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발표했다. 이러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의 적정 수준의 관여를 바라는 것이 아세안의 속내일 것이다.
외부적 도전 외에도 아세안 회원국 간 경제적, 정치적 불균형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문제 등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세안은 ‘포스트-2025 비전’을 준비하며 경제를 넘어 정치와 사회를 포함한 더욱 단단한 공동체를 세우고, 글로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헌장 개정까지 염두에 둔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
아세안이 혼동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요한 지역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신흥 경제대국으로서 아세안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지역 당사국들의 문법으로 역내 경제, 안보 질서를 수립할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포스트 2025를 준비하는 아세안을 응원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