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원주에서 익명의 중년 남성이 다량의 후원품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20대 커플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텔에 투숙했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원주 단계동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한 김현정 찾아가는보건복지팀장은 현관 앞에 쌓인 총 20개 박스의 라면을 발견했다.
쪽지나 우편영수증 등을 찾을 수 없던 김 팀장은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과 누가 라면을 놓고 갔는지 확인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라면이 쌓인 트럭을 몰고 온 장면이 포착됐다. 새벽 6시쯤 이 남성은 건설업용 트럭에서 쌓여있던 라면 박스를 현관 앞에 옮겨 놓고 자리를 떠났다.
공무원들은 "행정복지센터에 산타가 다녀갔다"며 "경기 침체 등 혼란스런 현 시국에 이런 분들 때문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했다.
김현정 팀장은 "CCTV를 확인하고 나니 익명의 기부라는 생각에 더 이상 주인공을 찾지 않기로 했다"며 "'얼굴 없는 기부천사'를 직접 만나 게 돼 깊은 감사를 대신 전하며 기부해 주신 물품은 꼭 필요한 곳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단계동행정복지센터는 26일 기부된 물품을 수급대상 가정 20곳에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성탄절 날 안양 한 모텔에서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나 투숙객들이 다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4분쯤 안양시 동안구 한 모텔에서 투숙객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3층 객실 내부에 있던 20대 A씨 등 남녀 2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이 머물던 객실과 같은 층에 있는 모텔 보일러실에서는 기준치 20배에 달하는 일산화탄소 200ppm이 검출됐다.
소방당국은 누출된 일산화탄소가 객실까지 퍼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