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교과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교과서의 범위를 도서와 전자책으로 제한했다.
특히 교육부가 내년 3월 초등 3·4학년과 중1·고1 영어와 수학, 정보 교과에 도입하려는 것을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했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 재량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개정안은 교육자료를 선정할 때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정부로 이첩돼 공포되는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은 11월 29일 검정 심사를 통과해 현재 학교별로 채택 과정을 밟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도 적용 대상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할 경우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시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사용 여부의 차이로 교육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자료는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와 수정·보완체계 등을 거치지 않으므로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질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저작권법에 따라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이 제한돼 양질의 자료로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칙 제2조에 따라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 교과서에도 소급 적용돼 교육자료로 규정돼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도 짚었다.
이 부총리는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준비가 진행됐음에도 현장 적용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와 조정없이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한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른 개발사들의 반발 움직임도 예상된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과서협회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조만간 협회 차원에서 재의 요구를 촉구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발행사들도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내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최후엔 개정안이 기존 발행사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법적 소송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도 이 법안이 이미 결정됐던 사항을 거스르고 검정 교과서의 지위를 취소하는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한 만큼 법적 대응 가능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