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선 확대, 이번엔 예멘 정조준…WHO 사무총장 머무르던 공항 공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이란, 시리아 등 전면적으로 전선을 확대하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예멘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타 전선이 최근 휴전 논의 등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저항의 축’의 또 다른 핵심 세력인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주요시설을 타격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후티를 겨냥해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 등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총리와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나의 공항과 발전시설, 호데이다와 살리프·라스카나티브 등 서부 해안의 군사 기반시설 등을 전투기로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티 테러리스트 정권이 이들 시설을 통해 이란 무기를 밀반입하고 이란 고위 관리들을 입국시켰다. 민간 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한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후 예멘 사나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위로 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이날 공습으로 사나공항에서 3명, 호데이다 지역에서 1명 등 모두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으며 3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하마스 지원을 명목으로 홍해 등에서 도발 행위를 이어왔지만 이스라엘은 후티에 대한 반격을 미군 등에 맡긴 채 자제해왔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공격과 관련해 “이제 대담해진 이스라엘이 후티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의 와해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공격 능력을 사실상 상실하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까지 축출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눈엣가시와 같은 후티를 제압해 이란 대리세력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공습 직후 공군 지휘센터에서 영상 메시지를 내고 “우리는 이란 악의 축 테러 조직을 끊어내기로 했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이란은 반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런 침략은 국제 평화와 안보의 명백한 위반이자 예멘 국민에 대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휴전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한숨 돌렸던 국제사회는 다시 긴장하는 중이다. 특히, 이번 공습 당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사나공항에서 유엔 전용기 탑승을 준비 중이어서 반향이 더 컸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항공기 승무원 중 한 명이 다쳤다”며 “우리가 있던 곳에서 불과 몇 미터 거리의 관제탑과 출국 라운지, 활주로가 손상을 입었다”고 적었다. 그는 억류된 유엔 직원 석방을 요구하고 현지 보건·인도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예멘을 방문했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이스라엘과 후티의 긴장 고조를 규탄한다며 모든 당사국은 군사적 행동을 중단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