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8일, 무려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일단락됐다. 2011년 ‘아랍의 봄’ 물결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아사드 정권이 무력으로 진압하며 시작된 이 내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종파·민족·국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힌 다층적 분쟁으로 변모했다.
특히 종파와 민족 간 갈등이 내전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부 집권 세력인 알라위파와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간의 종파 대립,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개입, 이슬람국가(IS)의 부상 그리고 자치권을 요구하는 쿠르드족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한층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민주화라는 반군의 초기 목적은 점차 희미해졌고, 반군은 여러 세력으로 분열되어 전쟁은 장기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시리아가 지중해·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와 이란은 정부군을 지지하며 중동 내 영향력 강화를 꾀했고, 미국 등 서방 국가, 튀르키예, 이스라엘은 각자의 목적과 이해관계에 맞는 반군 세력을 지원하며 사실상 대리전을 펼쳤다. 그 결과 시리아 내전은 전 세계 여러 강대국이 얽힌 ‘글로벌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시리아 북부의 핵심 도시 알레포를 둘러싼 공방전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2012년 이후 반군에 넘어갔던 알레포를 정부군이 탈환하려는 과정에서 IS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반군 측에 가세하며 교전이 더욱 격화되었다. 그러던 중 2015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동원한 헤즈볼라와 러시아에서 파견된 바그너그룹 용병 등 약 8000명의 외국 병력이 투입되고, 러시아 공군의 폭격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정부군은 결국 알레포 일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후 내전의 주도권은 정부군이 쥐게 되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