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공급망 불안정성 시대”… ‘국장 외면’ 지속될 듯 [2025 신년특집-한국경제 전망]

올 자본시장 전망

정국 불안정 장기화 땐 외인 이탈
코스피 2300~3000선 박스권 예상

2024년 주요국 대비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 수익률을 보인 한국 주식시장은 새해에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금융당국은 2024년에 이어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확산 등에 진력한다는 방침이지만, 2025년 증시도 전반적으로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월20일 출범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파고가 만만치 않아서다. 2024년 말 갑작스레 돌출한 계엄 사태와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그로 인한 정국 불안정은 악재를 더했다.

2024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8포인트(0.22%) 내린 2,399.49에 장을 마쳤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22포인트(1.83%) 오른 678.19에 장을 마쳤다.   뉴스1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새해 코스피가 2300∼30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2250∼2850), IBK투자증권(2380∼2830), LS증권(2450∼2800), 한국투자증권(2300∼2800), 삼성증권(2350∼2900) 등 대부분이 2025년에도 코스피가 3000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2300∼3000)과 키움증권(2400∼3000)은 3000을 최대치로 예상했고, 대신증권(2380∼3050)과 신한투자증권(2600∼3100)만이 상단 3000 돌파를 전망했다. 앞서 코스피는 2022년 1월 3000선에서 내려온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가 새해에도 코스피 약세를 내다본 이유는 최근 국내 증시가 미국 등 주요국과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2024년 한 해 각각 -9.63%, -21.74%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미국 증시는 지난 27일 기준 나스닥은 31.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5.18%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다른 해외주식도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20.37%), 홍콩 항셍지수(17.85%), 유로스톡스50(8.34%)이 상승세를 보였다.



키움증권은 2025년 경제상황을 ‘무역 및 공급망 불안정성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서방과 비서방 국가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경제 블록화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국장’을 외면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여전하다. 저성장에 발목 잡힌 국내 경기가 ‘침체’ 상황에 진입했고, 반도체를 위시한 주력 상품의 수출 전망도 밝지 못해 우리 증시로 유인할 동력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는 지난 9월부터 ‘후퇴’ 국면에 본격 진입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국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특히 해외투자자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부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현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에 동감하고 있는 만큼 만약 정권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주주친화적 행보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지난 3월 말부터 공매도가 재개돼 이를 발판 삼아 꿈에 그리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을 바꿔 놓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