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권투선수 난민 인정…난민 '한국살이' 시작한 외국인들 사례 보니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처럼 정부가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2000년 초반부터 이어져 왔다.

 

31일 법제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호 난민은 1997년 입국한 에티오피아 국적의 20대 A씨였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중 박해를 받았다고 신고, 난민을 신청해 2001년 한국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예멘, 베트남 등 난민 신청건수가 급증했다. 2022년 기준 난민 신청 건수만 1만153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1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카메룬 출신 아싼씨가 2018년 7월 17일 강원 춘천시 아트복싱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인정 이유는 다양하다. 카메룬 출신 아싼씨는 군대 문제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는 2015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권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카메룬 대표선수 자격으로 왔다가 탈출, 난민 신청을 했다. 그는 군경찰 소속 선수였는데, 난민심사에서 구타와 협박, 감금 등 군대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군대로 인한 박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차 심사까지 거절돼 그는 외국인보호소에서 1년 가까이 구금됐지만, 재심사를 통해 난민 신청 20개월만에 난민지위를 얻고 풀려났다.

 

파키스탄 출신 부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가 가족들로부터 명예살인 협박을 받았다. 이들이 2016년 한국에 유학생과 유학생 배우자 자격으로 입국한 뒤에도 가족의 협박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2019년 3월 한국에 난민신청을 했다. 이후 2022년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면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2018년 상반기 예멘의 내전을 피해 549명의 예멘인이 제주도에 무비자 입국했고, 난민 신청을 했다. 정부는 예멘을 무비자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난민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화됐다. 난민 거부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와 7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고, 서울과 제주 등에서 반난민 집회가 열렸다. 이후 정부는 484명의 예멘 난민신청자 중 2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했고, 412명에 대해선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울산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중 초등학생들이 2022년 3월 21일 울산시 한 학교로 등교해 배정받은 특별 학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법 제정 전 아프간 특별기여자처럼 인도적 수용을 한 사례도 있다. 베트남 보트피플이다. 1975년 5월 한국 해군 상륙함 2척이 베트남인 998명을 싣고 부산항을 귀환했다. 이후 사이공 남쪽 바다에서 표류 중인 216명의 베트남 군인과 그 가족이 구조되는 등 베트남 보트피플은 꾸준하게 늘었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 이후 공산 정권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1000여명의 베트남 난민들이 제주도, 부산 등에 정착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사회에 적응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측은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2.03%(2022년 기준)로 세계 평균 29.9%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난민인정률을 국제수준에 부합하도록 높여 난민보호에 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