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다수의 탄핵심판이 접수돼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신년사에서 “최근 접수된 사회적 관심 사건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6인 체제’로 심리에 이어 결정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헌재는 후임 재판관이 조속히 임명돼 ‘완전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31일 브리핑에서 “탄핵심판 사건 중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형두 헌법재판관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사건을 가장 최우선으로 진행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탄핵) 사건마다 서로 날짜가 중복되지 않도록, 재판관들끼리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날짜가 겹치지 않게 하는 조치가 돼 있다”며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재판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실제 구속으로 이어질 경우 탄핵심판에 영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탄핵심판 사건 자체는 형사사건과 관계 없이 별도로 진행된다”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 사건에서 국회 측이 검찰·경찰 등 각 수사기관의 수사 기록을 확보(송부촉탁)해 달라고 헌재에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 기록에 대해서는 대리인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 사건은 윤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 10건이다. 이 중 9건은 올해에 접수된 사건으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시작으로 최근엔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사건이 접수됐다. 국민의힘이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에 맞서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청구하면서 헌재의 사건 처리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앞서 최 원장과 이 지검장도 헌재에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탄핵소추 절차의 문제를 지적한 권한쟁의심판 등을 먼저 심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문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등 주요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권한대행은 신년사를 통해 “현행 헌법은 1987년 권위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으로 탄생했고, 헌재는 그 헌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설계됐다”며 “수많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국민 여러분을 지킬 수 있도록 헌재는 헌법이 현실에 정확하게 작동되도록 애쓰겠다”고 강조했다.
문 권한대행은 “지난 몇 년간 헌법재판이 지연되고 있어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큰 점을 잘 알고 있다. 구성원을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