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깨비시장서 13명 들이받고… 멍하니 “내가 그랬어?”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행인들을 향해 돌진해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31일 오후 3시53분쯤 A(74)씨가 몰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깨비시장 안으로 돌진해 행인 등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경찰이 파악한 부상자는 13명으로 4명은 중상, 9명은 경상을 입었다. 이 중 1명은 의식이 없어 위중한 상태다.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 차량이 돌진해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A씨가 깨비시장 인근 이면도로에서 앞서가던 버스를 추월하려다 가속해 시장 골목으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A씨는 차에 혼자 탑승한 상태였고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발생한 깨비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차량이 훑고 간 골목엔 시장 상인들이 팔던 물건들과 부서진 매대, 뭉개진 과일이 널브러졌다.

 

한 목격자는 “차량이 시장 골목 안쪽으로 약 70m가량을 순식간에 밀고 들어왔다”면서 “차가 박스 등을 끌면서 사람들도 휩쓸었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부아앙’하면서 액셀을 강하게 밟는 소리가 가게 안까지 들렸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차가 골목 안으로 거침없이 달리다 마지막으로 이불가게 매대를 쳤고, 바퀴에 이불이 끼면서 그제야 겨우 멈췄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깨비시장 골목. 평소 매대나 상품 등이 놓여 있어 대형 세단은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 윤솔 기자 

사고가 발생한 깨비시장 골목은 성인 4명이 팔을 벌리고 선 정도의 너비로, 사고 당시 골목 안쪽으로 매대와 짐 등이 놓여 있던 점을 고려하면 더 좁았을 수 있다. 한 목격자는 “좁은 골목에 작은 차도 아니고 에쿠스가 들이닥쳤으니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운전자의 상태가 이상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신발가게 주인이 ‘너 때문에 사람이 다쳤다. 당장 내려라’라며 화를 냈는데, (A씨는) 멍하니 ‘내가 그랬다고?’라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황모(54)씨는 “(A씨가) 내리라는 말을 듣고 ‘무슨 일이냐’며 조수석에 있는 모자까지 챙겨서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약물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조사에서 ‘급발진’을 주장하지는 않았다”며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돼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충돌 직전 A씨 차량의 후미 제동등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자세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