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종준 경호처장의 수색 불허 방침으로 공수처와 대통령경호처가 한남동 관저 건물 앞에서 대치했는데, 끝내 영장 집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3일 오전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공수처의 체포 및 수색 협조를 거부했다. 박 처장은 경찰대(2기)를 나와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사실상 경찰청 내 ‘2인자’까지 올라갔던 인물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내에 진입한 공수처 직원과 경찰을 막아선 것이다. 박 처장은 2013년 6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박근혜 정부 경호처 차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부턴 현 정부에서 경호처장을 맡았다.
박 처장은 임명 당시 ‘완벽한 임무 수행’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브리핑에서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가원수의 안위는 바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일"이라며 "대통령 경호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완벽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선을 발표한 정진석 비서실장 역시 박 처장을 두고 “풍부한 경호 업무 경험과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경호 위험에 대응해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 확보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것”이라 평가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호칭이 붙은 박 처장은 지난해 12월 경찰 특별수사단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경찰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아는 그로부터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계엄 사태와 연관성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등과 ‘안가 회동’을 가졌는데, 조 청장 등은 경찰에서 “박 처장으로부터 ‘좀 뵙자 하신다’는 전화를 받고 안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박 처장 역시 계엄 사실을 미리 알았거나 관여했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처장은 조사에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인 신분으로 이번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박 처장의 연결고리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박 처장이 박근혜 정부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지낸 비슷한 시기 노 전 사령관 역시 청와대에 파견된 군인을 관리하는 경호처 군사관리관으로 일하는 등 인연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은 2일 박 처장 등 9명에 대해서 내란 모의 혐의로 수사기관 고발장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은 공주사대부고와 경찰대를 수석 졸업하고 경찰대 재학 당시 행정고시 29회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주요 기획 부서 및 총괄 조정 부서를 거쳐 경찰청 차장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제19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