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매달려 이웃女 훔쳐본 ‘전자발찌男’ 미체포…피해자 “이사 원해”

같은 아파트 가해자 귀가 조처 논란…뒤늦게 사전구속영장 신청
게티이미지뱅크

 

전자발찌를 찬 채 이웃 여성의 집을 몰래 훔쳐본 40대 남성을 경찰이 체포하지 않고 귀가 조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피신한 피해자는 “이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경기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0분쯤 평택시의 한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누군가 집 안을 몰래 쳐다보고 갔다”고 신고했다.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A씨는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남성을 보고 “누구야”라고 소리 지르자 그가 달아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 당시 집 안에는 A씨와 아이들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남성이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베란다 바깥쪽으로 올라간 뒤 창문을 열려고 시도한 사실을 파악하고 탐문에 들어갔다. 이후 사건 발생 1시간30여분 만인 이튿날 오전 12시20분쯤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B씨에게 범행을 자백 받고 신원 확인 후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그런데 경찰은 B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긴급체포 등의 조치 없이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경찰은 뒤늦게 B씨가 과거 주거침입 성폭행 사건을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결국 B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보호관찰관에게 인계한 뒤 귀가 조처했다.

 

경찰은 성범죄 전과자인 B씨의 재범을 우려,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다른 가족의 집에서 머물도록 했다. 가해자는 범행을 저지르자마자 집으로 돌아왔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A씨는 B씨로 인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지난 2일 뒤늦게 B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 경찰관들은 사건 발생 후 상당 시간이 지난 뒤 탐문 과정에서 B씨를 발견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긴급체포하기에는 긴급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피의자는 범행을 자백하고, 임의동행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자신의 범행에 앞서 또 다른 사람이 베란다에 올라가 A씨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서 내부에 무언가 있나 싶어 자신도 집 안을 쳐다봤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베란다 문 개방 시도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어 추가 수사를 진행하느라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늦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가 말하는 용의자 인상착의와 B씨의 인상착의가 달라 A씨의 집 내부를 들여다본 또 다른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 이에 대한 수사도 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