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는 줄 몰랐다’ vs ‘역시 시즌1보다 못하다’ vs ‘재미있었는데 7화에서 힘이 빠졌다’.
세계적 흥행작의 위력은 역시 어마어마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후 시청자 반응이 쓰나미처럼 쏟아지고 있다. 평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중 7화에 대한 당혹감이 눈에 띈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사진) 감독은 이런 반응을 보며 “약간 슬펐다”고 말했다. 이상 추구와 연대의식이 희미해진 현시대를 역으로 보여주는 듯해서다.
각본을 직접 쓴 황 감독은 “성기훈(이정재)은 몽상가·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혼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시즌2에서는 이런 선한 의도와 신념이 어떻게 좌절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훈은 선거라는 제도 내에서 게임 참가자들을 데리고 나가려 노력하지만 실패하죠. 마지막에 꺼내 든 카드가 무모한 반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중요한 건 성기훈이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기 신념과 의도를 잃고 변해간다는 거예요. 기훈은 역사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이들이 겪은 일들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황 감독은 “그만큼 살기 힘들고 하루하루 고통스러워, 헛꿈을 쫓는 사람들이 어이없어 보이는 세상이 됐다는 게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이후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결과를 얻기까지 황 감독은 “엄청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한다. 각본을 쓸 때부터 촬영·편집·홍보 시기마다 “잘될 것 같았다가 어떤 날은 ‘완전히 망하는 거 아니야’ 하는 기분이 들었다가 ‘아니야, 이거보다 재미있는 게 어디 있어’ 혼자 중얼중얼”하는 날이 이어졌다. 공개 직후 국내외에서 쏟아진 반응을 보면서도 햄릿에 버금가는 고민은 계속됐다. “이거 망했나, 아니야 잘되나, 좋아하나, 싫어하나.”
애끓었던 날만큼 시즌2의 장면 장면에는 황 감독의 의도와 철학이 투영됐다. 1화에서 ‘딱지맨’(공유)이 노숙인에게 빵과 복권 중 고르게 하는 장면은 현대의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을 풍자하려 넣었다.
“절대적 빈곤층은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너무 커진 세상이에요. 누구나 빵 한 덩이 정도는 갖고 살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절대 만족할 수 없어요.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 때문에 불안감을 느껴서 일확천금을 쫓게 만드는 게 지금 세상이죠.”
게임을 계속할지 나갈지 정하는 ‘○× 투표’도 비슷한 맥락에서 황인호(프론트맨·이병헌)가 만들었으리라 설정했다. 상금을 갖고 탈출할 기회를 줘도 사람들은 욕망에 눈멀어 ‘한 게임 더’를 외친다. 인호는 이를 성기훈에게 보여줌으로써 큰 좌절감을 안겨주려 했다. 인호는 기훈처럼 게임에서 우승했으나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인물. 황 감독은 “같은 일을 겪고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기훈과 인호)의 신념 대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게임을 고르면서 “한국 전통놀이를 외국 시청자에게 많이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다”고 밝혔다. 시즌1에서 제외한 게임들을 뒤져보니 하나씩 하기에는 단순해 보여 5개 놀이를 묶었다. 세 번째 ‘둥글게 둥글게’에 대해서는 “따뜻한 면과 잔인한 면이 동시에 있는 게임이라 도덕적 딜레마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공개될 시즌3은 아직 후반작업 중이다.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황 감독은 “시즌3에서는 반란이 처참히 실패하고 기훈이 스스로를 원망, 자책하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창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대부분 거머쥔 그는 여전히 꿈이 남아 있다고 했다.
“제 최종 꿈은 욕 안 먹는 작품, 불호가 없는 작품입니다. 평생 한 번 만들 수 있다면 꼭 만들어보고 싶은데 사람 생각과 의견이 다 달라서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