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미사일 도발 재개, 트럼프 2기에도 한·미동맹 굳건해야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11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무력시위를 본격화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정국이 혼란스럽지만, 정부는 국가안보에 한 치의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비 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선거운동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이가 좋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첫 임기 4년 동안 김 위원장과 3차례나 만나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개선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북한이 거부하며 북·미 협상은 별 소득 없이 끝나긴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 함께했을 때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실을 잊지 못하는 듯하다. 미 조야는 물론 국내 학계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2019년 6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했을 때 한국 정부는 소외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판문점에 갔지만 북·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하지 못했다. 동맹을 무시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으나, ‘동맹보다 민족이 먼저’란 의식에 매몰돼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문재인정부 잘못도 컸다. 일각에선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을 건너뛰고 김 위원장과 직접 협상한 뒤 북한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한다. 가뜩이나 북핵 위협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어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방한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을 포함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겨우 10여일 남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강력한 한·미동맹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 협상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