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시한 연장을 요청하고, 집행 권한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대통령 관저 차단 방벽을 더 쌓아 영장 집행이 힘들어진 윤 대통령 체포는 경찰에 떠넘기고, 수사는 공수처가 주도하겠다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 ‘하청’은 또 다른 불법행위”라고 반발했다. 경찰이 반대해 공수처가 번복하긴 했지만 어이없는 일이다.
공수처의 무능·무책임한 대응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법원의 적법한 영장을 발부받아 경찰력 지원을 받고도 집행에 실패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공수처가 지난 3일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의 3차 저지선을 뚫지 못하고 고작 5시간 반 만에 물러났고 추가 집행도 포기한 건 집행 의지가 부족한 탓이다. 특히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박종준 경호처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자는 경찰의 요청에 공수처가 난색을 보인 건 치명적인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겠나. 공수처가 집행 준비를 제대로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와 경찰의 공조 수사가 혼선을 빚는 것도 큰 문제다. 경찰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권한 일임 공문에 법률적 논란이 있다”며 사실상 집행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공수처의 공문은 직권남용 소지 등 법적 결함이 있어 따르기 힘들고, 영장 집행은 공조수사본부 틀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공수처 검사가 집행을 지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수사본부는 “공조본 틀 내에서 수사하든지, 자신 없으면 국수본으로 재이첩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공조본 체제에서 영장 재집행을 하기로 정리했지만, 이런 문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초기, 검찰과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관철했다. 국회에선 “윤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충분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집행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공수처가 사태 해결은커녕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공수처에 계속 수사를 맡겨야 하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없다면 국수본에 수사를 재이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