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를 ‘선별 임명’한 것이 정당했는지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심리할 방침이다. 8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9인의 완전체를 조속히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6일 국회와 대통령 간 권한쟁의사건 변론기일을 이달 22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1인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이라며 “조기 변론을 실시한다는 계획에 따라 변론기일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한 게 발단이 됐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확인돼야 나머지 1명(마은혁)도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국회의 재판관 선출 권한과 이를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 탄핵심판 등에서 공정하게 심판받을 권한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책임이나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심판하는 절차다.
헌재는 이날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으로 재판관 8인 체제가 구성된 이후 첫 재판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수명재판관인 정형식·이미선 재판관이 3일 준비절차가 종결된 상황을 보고하고 전원재판부가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천 공보관은 전했다. 또 윤 대통령 사건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재판관들이 비공개로 여는 평의는 주 1회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사건의 변론기일은 14일 시작돼 16일과 21일, 23일, 2월4일까지 총 5차례의 기일이 미리 지정됐다. 이후 추가로 기일을 잡을지는 심리 경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천 공보관은 이날 “재판부에서 당사자의 변론 계획 수립과 원활한 절차 진행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근거는 헌재법 30조3항, 헌재 심판규칙 20조 1항이다. 형사소송 법령이 적용된 게 아니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변론기일 일괄 지정에 반발하며 “헌재가 ‘재판장이 여러 공판기일을 일괄해 지정할 경우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형사소송규칙 124조의2 조항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이 헌재의 권유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천 공보관은 ‘국회 측 대리인단이 내란죄 철회한 것을 두고 헌재 권유가 있었다는 (여당 측) 주장이 나오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회 대리인단은 3일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쟁점에서 빼겠다고 했다. 내란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다투겠지만,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엄밀히 따지기보다 헌법 위반 여부에 집중해 심리를 서두르겠다는 취지다. 이에 국민의힘 측에선 “내란죄는 탄핵 사유의 핵심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직접 철회를 권유했다”며 헌재가 탄핵 인용이라는 예단을 내비쳤다고 주장했다.
천 공보관은 내란죄 위반을 소추 사유로 볼지, 소추 사유 변경 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