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다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30년 전 ‘정당한 내란’의 조건을 제시한 사례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995년 11월27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집권에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결정문 초고를 확정했다. 검찰이 내란 등 혐의로 고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신군부 세력이 집권에 성공해 새 헌법질서를 형성한 이상 성공한 쿠데타이므로 사법심사가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검찰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그러나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정당한 내란’의 조건을 제시했다. 헌재는 우선 헌법질서에 대해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을 두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단순히 집권 중인 정치권력이나 그 권력에 의해 유지되는 질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재판관들의 심리와 평의를 거쳐 다수의 동의로 정립한 기준인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가 주권 회복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이 국회 측의 내란죄 제외 방침에 반발하자 이미선 재판관은 “내란죄가 되는지에 대한 법적평가는 재판관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 야당의 탄핵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 등으로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담화문을 통해서도 소수의 병력만 실무장 없이 투입했으며, 국회 기능 마비나 정치인 체포는 지시한 바 없고 경고성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국회의 기능을 저해하고 헌정질서를 뒤흔들었다며 계엄 선포가 위법하며 내란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