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술품을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전하고 싶다.”
정조문(1918∼1989·사진) 선생이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에 ‘일본 유일의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명칭) 전문 미술관’ 고려미술관을 설립하며 새긴 희망이자 의지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조문은 1925년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와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사무치게 그리워했으나 통일을 염원하며 분단된 조국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수집품에 투영되어 있다. 1955년 교토 골동품점 ‘야나기’에서 조선시대 백자에 홀리듯 매료됐고 일본에 있는 한국문화재 1700여점을 수집해 1988년 10월 고려미술관을 열었다. 한반도의 첫 통일왕조 ‘고려’의 이름을 빌려 미술관이 남북한을 나누지 않는 공통의 공간이 되길 희망했고 “언어, 사상, 이념을 넘어 조선이나 한국의 풍토 속에서 성숙한 아름다움”을 전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