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미술·신라 금관·궁중벽화… 선조들의 예술 세계에 흠뻑 빠지다

올해 주요 박물관 전시 눈길
안견의 ‘사시팔경도’ 등 기대
광복 80주년 ‘태극기’ 특별전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 국내 주요 박물관이 다양한 전시로 관람객을 기다린다.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10일 개막하는 ‘조선 전기 미술’(가제) 전시를 통해 1392년 건국 순간부터 1592년 임진왜란 전까지 약 200년을 돌아본다.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 어진(御眞·왕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비롯해 회화, 도자, 불교미술 등 25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다. 일본의 한 사찰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석가탄생도’, 안견(1410년 경∼1464 이후)이 사계절의 변화를 섬세한 필법으로 그린 ‘사시팔경도’ 등도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새로운 국가로 발돋움한 조선 전기 미술의 다양성과 높은 미적·기술적 성취, 풍부한 취향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창덕궁 경훈각 조일선관도. 국가유산청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 케브랑리박물관과 함께 4월30일부터 9월14일까지 오세아니아의 문화를 다룬 전시도 선보일 예정이다. 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살아온 오세아니아 원주민의 문화·예술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는 올해 특별한 만남을 준비 중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0월 말∼11월 초로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개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1921년 금관총에서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약 100년 만에 금관 6개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는 국립고궁박물관은 다양한 왕실 문화유산을 조명한다. 8월에는 박물관 개관 20주년과 창덕궁 영건 620주년을 맞아 창덕궁 희정당·대조전·경훈각 등 주요 전각에 걸렸던 벽화 6점을 공개한다. 창덕궁 벽화는 1920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김규진(1868∼1933), 이상범(1897-1972)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의 안녕, 권위 회복 등을 상징하는 궁중벽화로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창덕궁 경훈각 삼선관파도’와 ‘창덕궁 경훈각 조일선관도’ 등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 최초로 공개한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금관총 금관 및 금제 관식

고궁박물관은 왕실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10월1일부터 약 두 달간 열리는 ‘리본 Re:Born, 박물관 보존과학’(가제) 전시에서는 태조 어진, 색회꽃무늬항아리 등의 보존과학 성과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포틀랜드미술관이 소장한 ‘구운몽도 10폭 병풍’, 덴버미술관의 ‘백동자도 10폭 병풍’ 등 보존·복원을 마친 국외 소재 문화유산 2점의 원본을 공개하는 전시도 7월에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올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짚는다. 5월에는 ‘기록’을 주제로 광복의 모습을 돌아보는 전시를 선보이며 12월에는 광복 직후 역사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다룬 ‘역사 되찾기’(가제) 특별전을 공개한다. 광복절에는 한국인의 고난과 역경, 환희의 순간을 함께했던 태극기를 통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전 ‘태극기’가 관람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