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에 사는 회사원 김현지(33)씨는 옷을 사야 할 때면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부산 기장군 아웃렛을 간다. 울산에는 롯데·신세계·현대와 같은 ‘유통 빅3’ 아웃렛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월급을 모아뒀다가 한 번에 할인 브랜드를 살펴보고 구매하기 위해 부산으로 간다”며 “울산이 광역시이긴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저렴하게 쇼핑할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SK 등 대기업이 밀집해 소득이 최고 수준이어서 ‘부자도시’로 불리는 울산시민들은 울산 밖에서 주로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울산지역 가계 소비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울산의 1인당 개인 소득은 2710만원으로 국내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지역 내 1인당 민간소비액은 2170만원으로, 전국 평균(2210만원)을 밑돌았다. 1인당 개인소득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80.2%로 전국 최하위였다.
다른 지역에서 돈을 쓰는 울산시민들의 소비 역외유출 규모는 높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농협, 하나, 신한 3개 카드사에서 제공되는 지역별 신용카드 결제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울산의 소비유입액과 유출액은 7.3배(2023년 기준) 차이가 났다. 소비유입액은 다른 지역 사람이 울산에서 쓴 돈을, 소비유출액은 울산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쓴 돈을 말한다. 한국은행 측은 “전자상거래나 보험, 여행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둔 결제액을 제외한 울산의 유입액, 유출액은 2.3배 차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부산·경남(38%)이었다. 이어 서울(31%), 대구·경북(19%) 순이었다.
부산에서는 의료(36.1%), 오프라인 유통(28.3%), 요식업(16.2%)에 주로 돈을 썼고, 서울에선 의료기관(27.0%), 가구·가전(25.9%), 오프라인 유통업(14.4%)이 주를 이뤘다. 경북에서는 요식업(27.7%), 연료항목(19.3%), 오프라인 유통업(16.5%)이 주요 소비 항목이었는데 울산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높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역 내 소비 성향과 높은 소비 순유출은 울산의 서비스업 부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울산의 소득 수준에 맞는 쇼핑 편의 시설, 의료기관, 여가·문화·예술 관련 서비스업 확충이 이루어져야 소비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