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안의 분열을 넘어서자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을사늑약 120년이자 광복 8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어지러운 혼란과 어려움, 안팎에서 밀려드는 심중한 도전과 위기 속에서 새해 한국사회가, 우리 공동체가 한 걸음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신년에 즈음한 소망과 다짐을 나누고자 한다. 무엇보다 오래 묵고 켜켜이 쌓여온 여러 갈래, 여러 색깔의 우리 안의 분열을 함께 넘어서기 위해 타인을 존중하고 스스로 존엄을 기만하지 않는 진지한 그룹들과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연대와 동행을 소망한다.

결국 이 사회, 우리 공동체의 주인인 우리들 내면의 이중성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자. 말과 행동, 인식과 언행, 사적·집단적 욕망 및 이익의 추구와 정의(正義)의 주창 및 표현 간에 간극을 줄이거나 스스로의 내적 충일에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한 해 되기를 소망한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사회적 역할과 책임, 권한과 책무 간에 합당한 균형을 이루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자. 권한을 권력으로 바라보는 케케묵은 패덕의 관점, 공동체를 위한 역할은 잊고 지위의 사유화에 몰두하는 공공 인격의 부실과 부조화, 지위에 따른 사회적 책무는 방기하고 특권은 누리는 사회적 자아의 분열상들을 분명히 짚어내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모색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저열한 곡학아세, 교언영색을 넘어 담백한 지성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쇄신의 동력을 상실한 채 퇴행과 극단을 오가며 국가도약을 저해하는 여의도 정치, 문드러진 기교사법과 사법의 정치화, 대학과 언론의 줄서기와 편가르기, 시민사회와 권력 간 영향력과 이해의 카르텔 등으로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한 중에도 간지(奸智)의 유혹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21세기 진보와 보수, 새로운 시민적 질서를 구성하고 구축하기 위한 진중한 노력을 중단 없이 기울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03년 민·관 활동가 등이 주축이 되어 거버넌스센터 전신인 ‘민관협력포럼’이 출범한 이후 한국 사회에 ‘거버넌스 운동’이 시작됐다. 20년간 거버넌스센터의 노력은 오롯이 분권자치 활성화, 분권체제 확대, 민주주의 혁신, 주체의 혁신을 경유하는 거버넌스국가, 다원 문명의 진정한 선진사회를 향한 것이었다. 거버넌스의 정치적 함의, 민주주의 진화 상의 의의는 ‘제도 정치(권력)의 축소와 공동체 정치(역량)의 확대’로 압축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높은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심화·진화의 길이다.

온전한 광복 100년을 내다보며 중앙과 지방을 포함하여 다양한 부문영역 주체들이 수평적 연대와 파트너십으로 국가사회 공동체를 운영해 가는 분권체제 한국사회를 위한 실천과 연대를 강화하는 데 노력하자. 낡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권력 정치, 패도 지성, 시민의 타락을 끝없이 유혹하고 유인하는 천년 묵은 구악(舊惡), 집권(集權) 체제와 패권주의(覇權主義) 의식을 극복하고 다원적인 시민의 삶과 높아진 삶의 양식이 중심이 되는‘분권체제 사회’를 다양하고 다기한 혁신 주체들의 연합된 힘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민주주의 혁신과 새로운 국가사회를 위한 사회정치 혁신연대’의 전망을 현실에 광범위하게 진전시키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