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재표결안이 부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기로 했다. 특별검사 추천 방식을 그간 가장 논란이 됐던 ‘야당 추천’에서 ‘제삼자 추천’으로 바꾸기로 했다. 여당이 독소조항으로 야당의 특검 추천권 독점 등을 지목했던 것을 고려해 여당의 반대 명분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내란 특검법의 경우 여당도 마냥 반대만 하며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제삼자 추천 방식과 관련, “구체적으로 제삼자 중에 누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할지에 대해서는 이후 논의해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추천 과정에서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우려가 있다. 제삼자 추천 방식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방식이거나 야당의 비토권이 포함되면 누가 납득하겠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이어야 한다.
쌍특검법이 위헌·위법적이라며 부결 당론을 정했던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제거한 수정안에 대해선 당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민심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특검법에 반대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보다는 먼저 대안을 역제안하는 편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어제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늘어난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앞서 여당의 이탈표는 지난달 12일 본회의에선 내란 특검법 5표, 김건희 특검법 4표였던 것으로 분석됐는데, 어제는 내란 특검법 6표, 김건희 특검법 4표로 이탈표가 늘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가 크게 늘지 않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친윤(친윤석열) 지도부를 중심으로 재차 부결 당론을 관철한 상황에서 내란 특검법의 이탈표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주당은 여당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예정대로 법안 재발의를 추진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여당과 얼마든지 수정안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기류다. 이런 점 때문에 수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검법안의 출구는 독소조항 제거한 여야 합의안뿐이다. 쌍특검 수사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으려면 특검 수사만큼은 정파적으로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