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영장 집행 시기와 투입 인원, 방법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차 집행 당시 대통령경호처에 가로막혔던 점을 고려해, 경찰 특공대 등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를 상대로 재차 소환을 통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공수처와 경찰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전날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공조본은 1차 집행 당시와 달리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일주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을 신청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효기간을 밝힐 경우 경호처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전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조본이 기습 집행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차 집행 과정에서는 공조본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할 전망이다. 앞서 공조본은 1차 집행 당시 경호처에 비해 인력 등에서 열세를 보였고 이는 곧 윤 대통령 체포 불발로 이어졌다. 1차 집행에 동원된 공조본 인원은 공수처 30명, 경찰 120명 등 총 150명이었고, 이 중 실제 투입된 것은 100여명이었다. 경호처 측은 200여명이었다.
공조본은 1차 때와 달리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 직원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여전히 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경호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형사기동대 등 투입 가능한 모든 인원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찰특공대 투입과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테러 특수부대인 이들을 현직 대통령 체포에 동원할 수 있는지를 두고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테러방지법 시행령은 경찰특공대 등 대테러특공대의 임무에 대해 △국내외 테러사건 진압 △테러 관련 폭발물 탐색·처리 △주요 요인 경호 및 국가 중요행사의 안전한 진행 지원 △그 밖 테러사건 예방 및 저지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특공대가 동원된다면 최악의 경우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찰특공대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화기와 장갑차 등도 함께 투입될 공산이 크다. 경호처 역시 1차 집행 저지 당시 개인화기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총격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를 상대로 재차 출석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출석에 불응한 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을 상대로 11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전날에는 박종준 경호처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상대로도 10일까지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발송한 바 있다. 박 처장과 김 차장은 이미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한 만큼 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를 진행한다면 그야말로 내란”이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일반인을 소환할 때도 미리 연락해 조정하는데, 대통령에겐 소환장부터 날렸다”며 “검찰이 시작하니 공수처, 경찰도 경쟁적으로 중복 소환한 건 적법한 소환이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사권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 기관을 선택해서 가면 제일 유리한 곳으로 찾아갔다고 비난할 여지가 있다”며 “체포 요건 중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이 있지만, (대통령의 불출석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이 적법 절차를 강조하며 수사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선 영장에 응한 다음에도 체포적부심 등 절차를 통해 적법성 등을 충분히 다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제도권 내에서 이의신청이나 체포적부심이라든지 여러 절차를 통해서 다투는 것이 법치주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