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나마·그린란드에 軍 투입 가능” [뉴스 투데이]

동맹·우방 불문 美 우선주의
리더십 부재 한국 소외 우려

그린란드, 희토류 등 매장량 풍부
中 광물 확보 측면서 옥죄기 가능
파나마는 中 영향력 갈수록 커져

“트럼프, 보편관세 정당화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 검토”

나토 분담금 GDP 5% 지출 주장
한국에 방위비 압박 땐 속수무책
산업장관, 계엄 후 최고위급 방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후 두 번째인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동맹이나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극단적 조치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안보·경제 양면으로 깊숙하게 얽혀 있는 동맹국 한국 또한 계엄과 탄핵 사태까지 겹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7일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가진 회견에서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를 통제하기 위해 경제적 강압 또는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며 “두 사안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경제안보를 위해 그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나는 그것(경제적 강압 또는 군사력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선 후 두 번째 기자회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올해 첫 기자회견이자 당선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AF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기지 않을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정말로 덴마크가 그곳에 대해 법적 권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만약 그들이 권리를 갖고 있다면,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국가안보를 위해 그것(그린란드)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덴마크는 미국의 주요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며 파나마 역시 중미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 화살이 동맹국이나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향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각 지역이 가진 지정학적,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그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결국 중국 견제 의도와 연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린란드의 경우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럽을 잇는 길목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인 동시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광물 확보 측면에서 옥죄기 위해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중요하다.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미국이 직접 건설 사업에 참여했고 1999년 소유권을 파나마에 넘긴 파나마 운하의 경우 2017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파나마 운하 주변 발전소, 철도 등 주요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면서 미국을 긴장시켜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현재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1999년) 파나마에 넘겼지, 중국에 준 것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으로 중국을 거론했다. 그는 파나마가 미국에 운하 사용과 관련해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며 “그들은 운하 보수를 위해 (미국이)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지원해줄 것을 원한다. 나는 ‘그 돈을 중국에게서 받지 그러냐’고 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이웃나라 캐나다에 대해서도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을 없애고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한 번 보라. 그렇게 하면 국가안보에도 훨씬 더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년 수천억 달러를 써서 캐나다를 돌보고 있고, 무역적자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의 가이드라인인 2%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러 동맹국, 우방국들을 돌아가며 공격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한국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수준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9배가량인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특히 계엄과 탄핵 사태로 기민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한국에 대해 다방면으로 압박할 경우 한국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더십 공백으로 현재로선 원활한 고위급 교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도 탄핵 사태와 한·미동맹을 연결 짓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지난 4일 자신의 팟캐스트 ‘워 룸’에서 한국 내 정치 상황과 관련해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malign influence)을 우려하며 한·미동맹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 룸 홈페이지가 요약한 바에 따르면 그는 “한국의 정치 위기는 국내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시위와 정치 불안으로 윤 대통령이 퇴진하게 되면 중국이 한·미동맹을 훼손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로널드레이건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미 조선업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된 지역 출신의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안 장관은 특히 지난해 12월19일 초당적 법안인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토드 영 인디애나 상원의원 등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무장관이나 에너지장관 등 카운터파트들을 이번 방미 기간에 직접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안 장관은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미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다.

 

한편, CNN방송은 8일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보편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 새로운 관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안보상의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엄격한 요건 없이도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IEEPA를 선호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