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수사가 충분히 됐다면 바로 기소를 하거나, 법원에 사전구속영장(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입장이다. 체포영장 집행 시 공조본과 대통령 경호처 간 무력충돌이 불가피해지면서 대통령 관저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내부적으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는 작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주도의 1차 영장 집행에서 5시간30여분 만에 물러서야 했던 경찰은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 2차 집행에선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전날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공조본이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전날 법원에서 1차때의 7일보다 유효기간이 더 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형사기동대와 경찰특공대 투입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경호처 직원들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면서 저지선을 무력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처 역시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의 관저 일대를 요새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관저 출입구엔 버스 여러 대가 ‘차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경호처 직원들은 경계를 삼엄하게 했다. 전날 경호처는 관저 진입로 일대에 날카로운 원형 철조망까지 설치해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경찰이 버스 차벽과 바리케이드 등을 활용해 시위대의 충돌을 제지하고 있지만, 2차 체포영장 집행으로 인해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탄핵 찬반 집회 참여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더욱 확고히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 불법적인 수사나 사법절차에 대해 용인하거나 응하는 것은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되고 나쁜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기소되거나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체포영장은 다른 증거가 다 확보된 후에 마지막으로 피의자에게 확인하는 단계다. 지금 체포영장을 청구한 건 다른 증거를 다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기소를 하든지, 조사를 꼭 해야겠다면 사전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라. 그럼 절차에 응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횟수 제한 없이 (윤 대통령이) 출석할 것”이라면서도 “경호나 신변 문제가 해결돼야 간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관저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윤 변호사는 “어제저녁 관저에 가서 윤 대통령을 뵙고 나왔다”고 도피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