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행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등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올해 독감 환자 증가 속도가 역대급"이라며 "외래 환자의 절반 정도, 감기 환자의 절반 정도가 독감으로 진단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낮은 백신 접종률과 계절적 요인이 올해 독감 유행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엔 백신 접종률이 85%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81%로 다소 감소했다"며 "지난해 11월 말 통계에서는 79%로 더 떨어졌다"고 설명하며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행 중인 독감 바이러스는 A형으로, H1N1과 H3N2 두 가지 유형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것은 드문 상황이며, 하나의 독감에 걸렸다가 또 다른 유형의 독감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제로 2~3주 간격으로 두 번 독감에 감염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2월 이후에는 B형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A형 독감의 주요 증상에 대해 "H3N2는 고령층에서 이차적 폐렴을 유발하며 입원율을 높이고, H1N1은 2009년 신종플루 당시처럼 젊은 층에서도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독감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고열, 온몸의 통증, 해열제로도 가라앉지 않는 증상을 언급하며,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병원을 찾아 진단받을 것을 권했다.
고위험군은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며,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있는 경우 타인을 위해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설 연휴 전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을 당부했다. 설 연휴는 많은 사람의 이동과 만남으로 집단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전국의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에서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의심 환자는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2∼28일) 기준 73.9명으로, 직전 주(31.3명)의 약 2.4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도 111명으로 직전 주(66명)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질병청은 현재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백신이 공급되고 있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또한 국내에서 유행 중인 변이 바이러스에 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접종이 중요하다.
65세 이상, 임신부, 생후 6개월에서 13세 어린이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대상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65세 이상 고위험군, 감염취약시설 입소자, 면역저하자 등에게 권장된다.
백신 접종 가능 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설 연휴 가족과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 임신부,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미리 접종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위험군의 보호자와 가족들도 예방접종을 챙겨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