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1학년 재학 때인 2009년 아마추어 최고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최고의 유망주 출신. 당연히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당연히 최대어로 주목받았다. 공수주를 모두 갖춰 ‘야구 천재’ 이종범을 연상시키는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도 받았다. 국내 잔류를 선언하자 야수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전체 1순위라는 영광도 차지했다. 한화 유격수 하주석(31) 얘기다.
프로에서 13시즌을 보내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하주석. 13시즌 동안 하주석의 입지는 떨어졌다.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수 있는 펀치력 있는 유격수. 그것도 희귀한 우투좌타 자원. 하드웨어는 타고났지만, 소프트웨어가 좋지 못했다. 극악의 선구안과 떨어지는 컨택트 능력, 십자인대 부상 이후 떨어진 신체능력으로 인해 하락한 수비력. 여기에 돌발행동으로 불거지는 워크에식 논란에 음주운전 전력까지. 어느덧 팬들에겐 애증의 선수가 됐다.
자연스레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원소속팀인 한화도 FA 시장 개막 이틀째인 지난해 11월7일 KT에서 FA 자격을 얻은 유격수 심우준에게 4년 최대 50억원의 거액을 안겼다. 사실상 하주석에게 거액을 안겨주며 잔류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FA 대박의 선제조건인 원소속팀의 관심사가 사라지니 대박은 언감생심. 사인 앤드 트레이드라도 노려봤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어느덧 해는 지나고 ‘FA 미아’가 될 위기에서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헐값에 ‘백기투항’. 결국 하주석이 한화에 남았다.
한화는 지난 8일 “하주석과 계약 기간 1년 총액 1억1000만원(보장 9000만원, 옵션 2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하주석의 2024년 연봉 7000만원이었으니 보장액은 단 2000만원 오른 셈이다.
생애 첫 FA에서 쓴맛을 본 하주석. 하지만 심기일전하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단을 통해 “계약이 완료돼 신구장에서 한화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면서 “겨울 내내 개인 운동을 하며 준비를 잘해왔다. 책임감을 가지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 여러분 항상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13시즌 동안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사과와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단년 계약이지만, FA 자격을 재취득하기 위해선 4시즌이 더 필요하다. 2025시즌을 마치면 다시금 연봉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냉정히 하주석의 2025시즌 입지는 백업 유격수다. 인상적인 몸값 인상을 위한 활약의 장이 크게 주어질 수 없는 환경이다.
“야구, 몰라요”라고 했던가. 희망은 있다. 야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아무도 모르기에. 아직 꽃피우지 못한 재능이 뒤늦게 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생애 첫 FA 행사에서 냉정한 현실을 접한 하주석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하주석의 2025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