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집회서 태극기 든 2030 "난 국힘 지지, 보수 아니다"

보수 2030 "민주당 싫고 보수도 싫어…공산 국가 막아야"
특정 이념 쏠림 현상 줄고 상대 진영 반발심 커져

"젊은 친구 고맙다"

 

"나는 보수도 싫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보수집회에 참여한 20·30대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목소리는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집회에 참여한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수집회는 20·30대의 참여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보수집회 참가자는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는 기자에게 "젊은 친구 고맙다"며 "무대에서 발언하지 않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한남초 앞에서 열린 신자유연대 주최 보수집회에서는 루터교회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주최 보수집회에 "20·30대 청년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보수집회 20·30대 "민주당도 싫고 보수도 싫다…공산화 막아야"

 

지난 8일 보수집회 현장에서 만난 20·30대 청년들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지지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우파'라고 부르면서도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종북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이나 북한에 갉아 먹혀선 안 되기 때문에 (거리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의 가치에 매료됐다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더 싫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김 모 씨(여·27)는 보수 진영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딱 잘라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의 보수는 망해서 지금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여·34)는 "국회의원은 다 싫다"며 "국민의힘도 싫어하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윤 대통령을 지키러 왔다"고 말했다. A 씨는 민주당이 한국을 공산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집회의 20·30대 청년들은 '좌파', '빨갱이', '부정선거'라고 말하는 등 사용하는 언어는 보수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윤 대통령의 '어퍼컷 세리모니'를 보며 환호하는 노인들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특정 이념 쏠림 없는 세대…"아직은 현상이라 보기 어렵다" 지적도

 

전문가들은 젊으면 진보라고 여겨졌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20·30대 청년들은 특정 이념에 쏠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과거엔 민주 대 독재였는데 쟁점이 다양해지면서 (20·30대 청년들은) 세대 내에서도 쟁점에 따라서 의견이 갈린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을 드니까 되더라'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청년들은 특정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젊은 세대라고 해서 비상계엄이 구국의 결단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완벽하게 반대하는 사람만 있진 않다"라며 "본인들처럼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들(탄핵 찬성)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30대의 보수집회 참여를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압도적으로 반을 차지한다든지 이러면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드물게 (청년들이) 보이는 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확률상으로 그 정도 있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