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내란범 호위병?”…장병 부모들 뿔났다

수방사 55경비단 병사들, 尹 체포 저지에 동원
처벌 가능성에…부모연대 “경호처 오만 못참아”
국방부, 병력 동원 불가 입장…경호처 “알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지난 3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검문소에 진입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이 수사관들을 둘러싸 저지하고 있다. 뉴스1

 

현역 장병 부모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일반 사병이 동원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병력 동원 중단 요구와 함께 동원 명령 지시자 수사를 촉구했다. 관련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군 병력이 또다시 동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역 장병 부모들로 이뤄진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는 9일 입장문을 내고 “군인 아들들의 사기와 명예를 헌신짝 취급하는 경호처의 불법과 오만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아들들에게 내란범 호위 사병의 오명을 뒤집어 씌우려는 그 추악한 난동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는 마치 초법적 지휘 권한을 부여받은 듯 법질서를 파괴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우리 부모들은 이러한 경호처의 난동이 군인복무기본법을 침해한 중대 범죄 행위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근거로 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5조(국군의 강령)에는 국군이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등을 이념과 사명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연대는 “우리 아들들은 ‘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반사회적 죄를 짓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며 내란범으로 특정된 일개 개인을 지키는 사병이 되기 위해 관저의 호위무사가 되고자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국군을 위법한 상황으로 내몰고 불의한 명령으로 도발한 군 병력 동원을 당장 중단하고 이번 군인 동원령 불법 명령을 내린 자를 모두 수사해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관저 입구 안에서 수도방위사령부의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6일 “채증을 토대로 (경호처가 집행을 막을 때) 사병이 어느 정도 동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 55경비단은 지난 3일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찾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의 관저 진입을 저지했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경호부대로, 55경비단 소속 일반 병사 등 군 병력 30~40명이 ‘인간 방패’를 형성해 저지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하거나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한 의무 복무 병사들이 지휘관 명령에 따르다 자칫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당시 55경비단 일부 병력은 “적법하지 않은 지시를 거둬달라”고 지휘부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 병력이 대거 동원되자 비판적 여론이 일었던 것을 지켜봤던 55경비단 장병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고 한다. 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지난 3일 “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는 입장과 함께 55경비단이 경찰과 대치하지 않도록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요청했다. 55경비단은 수방사 소속이나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지휘·통제 권한이 경호처에 있다. 당시 국방부 요청에 대한 경호처의 입장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박 처장이 이후 김 대행의 요청을 “잘 알겠다. 존중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이로써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재차 시도해도 55경비단 병력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