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론 거슬렀다고 탈당 권유한 국민의힘 옹졸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제 ‘쌍특검법’ 재표결에서 찬성 투표한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쌍특검법 부결 당론을 거슬렀다는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정하면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데 우리 당은 지금까지 당론을 결정했음에도 이탈한 분들이 많았다”며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다는 정당의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스럽다.

권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는 헌법과 국회법은 물론 국민의힘 당헌과도 배치된다. 헌법상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고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자율적 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도 “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가진다”고 못 박고 있다. 정당 활동 와중에 때론 응집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당내 소신·개혁파의 입을 틀어막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의원 같은 당내 비주류를 배신자로 몰아 쳐내곤 했다. 여권 내에서 건강한 비판이 사라진 끝이 뭐였나. 권력 농단과 그에 따른 민심 이반, 정권 몰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찍힌 이 의원을 축출하자 ‘이대남’들이 등을 돌렸다.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눈높이’를 말한 한동훈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에게 십자포화를 맞고 고립됐다. 그런 옹졸한 정치가 지지층 이반을 부르고 윤 대통령의 폭주와 총선 참패로 이어지지 않았나.



정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금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행태를 보이니 개탄스럽다. 언제부터인가 정당 안에서는 ‘쇄신’의 목소리도 ‘개혁’의 움직임도 사라졌다. 어쩌다 그런 목소리가 들리면 권력 핵심과 가까운 이른바 주류라는 세력이 그 싹을 짓밟는 게 일상화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인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쳐내며 ‘비명횡사’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런 민주당이 부러운지 “민주당을 본받고 동지로서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자”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라는 기치라도 내걸고 친이재명 단일체제를 만들었지만, 국민의힘은 무슨 목표로 뺄셈 정치를 하고 있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 모여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국민의힘의 앞날은 어둡다. 여야 모두 협량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