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와 가깝지만, 영국 땅이다. 영어가 낯익은 한국인 다수는 포클랜드로 알고 있는 그 섬을 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1982년 섬 영유권을 놓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인 포클랜드 전쟁도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 전쟁’으로 통한다. 전쟁 40주년이던 2022년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포클랜드를 찾았을 때 아르헨티나 정부가 “우리 땅 말비나스에 발을 내디딘 것은 무례한 짓”이라며 발끈한 것을 보면 아직도 감정의 골이 깊은 듯하다.
대만 북동쪽의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섬을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1960년대 섬 인근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며 중요성이 커졌다. 미국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침범하는 경우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동맹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란 의지가 확고하다. 비좁고 보잘것없는 무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최전선으로 부상한 셈이다.
멕시코만은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 북동부, 그리고 섬나라 쿠바로 둘러싸인 바다를 일컫는다. 미시시피, 리오그란데 등 북미 대륙을 대표하는 큰 강들이 멕시코만에서 비로소 바다와 합류한다.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주들도 멕시코만에 면하고 있다. 흔히 만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걸프(gulf)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베이(bay)라는 말도 있다. 다수 미국인 사이에서 ‘베이’는 곧 멕시코만과 동의어처럼 쓰인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가 그토록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이젠 지명에까지 반영될 지경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농담으로 치부하며 “북미 대륙 명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고치는 것은 어떨까”라고 응수했으나, 트럼프의 성격상 한 번 뽑은 칼을 그냥 칼집에 꽂을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리스크’라는 용어가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정말 상상 초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