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며 마지막 가는 길에 명복을 빌었다.
2018년 12월 조지 H.W 전 대통령 이후 5년 만에 진행된 이날 국장(國葬)은 예포 21발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안치돼 있던 관을 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전에 카터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추도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가족을 대표해 조부에 대해 "정치 인생과 대통령직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라 예언적이었다"면서 "그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환경 보호 정책, 인종 차별 종식 노력 등을 언급하면서 "그는 첫 밀레니얼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도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1·5 대선에서 승리한 뒤 생존한 전·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모임인 이른바 '대통령 클럽'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전 대통령 옆에 앉았으며 두 사람은 행사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장례식 전에 비공개로 만났으며 이는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인 화합의 모습이라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2020년 대선 결과 인증 문제를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과 구원 관계가 된 마이크 펜스 전 대통령도 참석, 트럼프 당선인과 악수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선에서 대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미국 상·하원 의원 등도 자리했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입장한 뒤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들어와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나란히 앉았으나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이 전했다.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이 굳은 표정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냉랭(chilly)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 후보직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면 트럼프 당선인이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장례식 중에는 주로 정면을 응시했으며 행사 뒤에는 뒷자리에 앉은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옆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있었으나 트럼프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은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국장 이후에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는 보잉 747기를 이용해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됐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이 주일학교 교사를 지냈던 교회에서 개인 예배를 진행한 이후 자택 앞 가족 묘지의 부인 옆에 안장됐다.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 여사는 2023년 별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 이날 연방 정부 기관도 휴무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