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새해 벽두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국내 정세도 그러하지만 국제안보정세에도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3년째를 맞이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좀처럼 종전의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북한이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을 직접 파견하면서, 전쟁 양상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분쟁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세력과 이란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되면서 이란은 봉인되었던 핵무장의 카드도 꺼내 들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지속되면서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이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장거리 미사일이나 군함 등 무기체계의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공표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탈냉전기의 국제협력적 질서는 종료되었고, 이를 대체하여 민주주의 진영 대 전체주의 진영 간의 대립적 국제질서가 대두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인 바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을 과거 세계대전을 도발한 추축국가들처럼 국제질서의 격변을 주도하는 전체주의 국가들로 간주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민주주의 진영을 결속하면서 전체주의 세력에 대응하려는 전략에 따라 그간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이나 중동 지역에서 각각 중국 및 이란에 대응하는 격자형 동맹과 다층적 안보협력 태세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1월20일에 취임하는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가 과연 전임 정부의 국제정세 관련 인식을 수용할 것인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나토로부터의 탈퇴를 서슴없이 내비치고, 덴마크 등 우방 국가들이 통치하거나 관리해온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등을 미국 관할로 편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멕시코 등 우방 국가들에 대해서도 대폭의 관세 인상 방침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 차태서 교수 등도 지적하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견지해온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수호자 역할이 아니라, 20세기 초반 매킨리 대통령이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구했던 제국으로서의 미국을 재건하려는 세계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