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에 설을 앞두고 떡을 대량 주문하려는 중년 일행이 들어섰다. 이곳의 대표 메뉴 ‘쑥인절미’를 산 이들은 “떡을 빼놓고 어떻게 명절을 말할 수 있겠냐”며 웃었다.
빵과 케이크 등 디저트 산업 발달로 떡이 뒤편에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명절에는 여전히 떡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떡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듣고 싶어 설을 앞둔 낙원떡집을 찾았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세월 흐름에 따라 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려줬다.
◆신제품에 흥미 보이는 젊은층…‘발전’ 주문도
◆전통 떡집 강점 토대로 신제품 연구 노력
농경사회에서 출발한 우리나라는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처럼 절기에 맞는 세시음식(歲時飮食)이 존재한다. 하지만 떡은 행사 등에서만 먹는 음식으로 인식이 점점 바뀌었고, 그 사이 카페를 중심으로 한 디저트 문화 발달로 ‘별식’이라는 개념이 굳어졌다.
낙원떡집의 ‘복분자설기’처럼 새로운 제품 개발은 전통 떡집의 설 곳이 줄어가는 현실 타파를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한때 낙원동 일대는 떡집만 스무 곳에 달해 ‘떡전거리’로 불리며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그 수를 꼽을 정도다. 디저트 발달로 손님이 줄어든 떡집은 살길을 찾았고, 버티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의 전통 떡집 만족도가 대형 제조사 등보다 높다는 설문조사는 전통 떡집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년 ‘떡·한과류 세분시장 현황’을 보면 떡 제조업체 유형별 만족도에서 ‘재래시장·방앗간·일반 떡집 제품(86.4점)’이 ‘백화점·마트 내 떡집 제품(63.0점)’, ‘떡·한과 전문 중소 제조업체 제품(56.8점)’, ‘대형 식품제조사 제품(47.2점)’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에 떡이나 한과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소비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방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갓 나온 신선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도 ‘직접 제조한다’거나 ‘당일에 만든 제품을 살 수 있다’ 등 전통 떡집만이 가진 장점을 강조하는 유사 답변이 이어졌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 떡집 관계자는 “우리만의 특징을 유지하며 새로운 제품을 대중 앞에 내놓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