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회의 결과물에서 종전에 들어갔던 한반도 비핵화 혹은 북한의 핵개발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불렀던 것과 맞물려 미국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갖는 입장이 유화적으로 변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현지시간) 열린 쿼드 외교장관회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쿼드 외교장관회의만 해도 포함됐던 북한의 불법적인 핵 활동과 관련된 비판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번 회의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참석한 쿼드 회의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던 쿼드 외교장관회의의 경우 북한 혹은 한반도와 관련된 표현이 8차례 나온다. 당시 공동성명이 4000단어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160단어, 두 문장으로 구성된 이번 성명은 과거 성명에 비해 내용 자체가 짧고 중국이나 북한 등 특정한 나라에 대한 언급 자체를 포함하지 않기는 했지만,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행동 반대” 등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의 위협을 겨냥해 상시적으로 써온 표현은 포함됐다. 반면 북한 핵문제를 암시하는 표현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나온 쿼드 공동성명이나 외교장관회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 핵개발 비판 등이 상시적으로 포함됐었다.
쿼드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문제 관련 언급이 빠진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의 증거라고 단정 짓기에는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기적으로 이르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5일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밝힌 뒤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23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고, 한·미·일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포함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루비오 장관이 이에 공감하고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두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의 도전’을 다루기 위해 미·한(한·미) 협력을 진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의 도전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위협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는 또 두 장관이 한·미·일 3국 협력의 “핵심적인 중요성”(critical importance)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